퇴직급여 중간정산
2019년 한 해 동안 퇴직연금 가입자 중에서 적립금을 중도에 빼 쓴 근로자가 7만2830명이나 된다.
중도인출 금액도 2조8000억 원에 육박한다.
무슨 이유로 퇴직급여를 중도에 헐어 쓴 걸까.
퇴직급여는 필요하면 아무 때나 찾아 쓸 수 있는 걸까?
목돈이 필요할때 퇴직금을 찾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퇴직금과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에 찾아 쓰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퇴직급여는 근로자의 노후생활비 재원이므로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중도에 찾아 쓸 수 없다.
우리나라는 퇴직급여제도로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데, 퇴직급여의 종류에 따라 중간정산 가능 여부와 조건에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퇴직연금은 어떻게 하면 중간정산으로 찾아 쓸 수 있을까?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이 부족할때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 퇴직금을 중간정산 할 수 있다.
주택 보유자가 새로이 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중간정산을 할 수 없다.
주택 구입과 마찬가지로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거 목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부담하는 때에도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다만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중간정산은 한 사업장에서 한 번만 할 수 있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요양이 필요한 경우
근로자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때,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의료비를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때에도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과거에는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의료비 크기에 상관없이 중간정산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 요양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이 늘어나자 요건을 강화해 지금은 근로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연간 임금 총액의 12.5%를 초과해야 퇴직금을 중간정산 할 수 있다.
파산선고를 받았거나 개인회생절차를 밟게 된 경우
이 밖에 근로자가 최근 5년 이내 파산선고를 받았거나 개인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받은 경우에도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대출금을 빨리 상환하고 싶어서 퇴직금을 중간에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경우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연장된 근로기간 동안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그런데 퇴직금제도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손해 보는 일이 발생한다.
퇴직금 제도하에서 퇴직급여는 퇴직 이전 30일분 평균임금에 계속근로기간을 곱해서 산정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 또는 그 이후까지 고용을 보장받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사용자가 근로자와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1일 1시간(또는 1주 5시간) 이상 변경해 3개월 이상 계속 일하도록 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이 감소되는 경우에도 중간정산이 가능하다.
천재지변 등의 피해를 입은 경우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당해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도 신청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는데 중간정산 할 수 있나?
과거에는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만 중간정산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등 사회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중도인출을 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단1번 가능하다
중간정산은 근로자가 한 사업장에서 단 1회에 한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에 지급받아야 한다.
또, 근로자가 요청하더라도 사유가 해당 사항이 없거나 회사 측에서 거절한다면 지급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DC형 퇴직연금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중간정산을 할 수 없다.
그러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다급한 사정이 있어도 퇴직급여를 찾아 쓸 수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도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되면 퇴직급여 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할 수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도 DC형과 마찬가지로 법정 사유에 해당하면 적립금을 중도인출 할 수 있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을 중도인출 할 수 있는 사유는 몇 가지만 빼면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와 동일하다.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본인·배우자·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하고 임금 총액의 12.5% 이상을 의료비로 사용한 경우, 근로자가 5년 이내 파산선고나 개인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받은 경우,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금융사에 예치돼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인출 할 수 있다.
그런데 임금피크 적용을 받거나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적립금을 중도인출 할 수 없다.
이 경우 퇴직금제도하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는데, 왜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중간정산을 할 수 없는 걸까.
앞서 설명했듯이 퇴직금제도하에서 임금피크를 적용받으면 퇴직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DC형 퇴직연금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DC형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근로자가 1년 일하면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계좌에 이체해 준다. 따라서 임금피크 이후 급여가 줄어들면 미래에 퇴직계좌로 이체되는 퇴직급여는 줄어들지만, 이미 퇴직계좌에 이체된 퇴직급여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중도인출을 허용하지 않는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다.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중도 인출 불가
DC형과 달리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할 수 없다. DB형 퇴직연금에서 퇴직급여 산정 방식은 퇴직금 제도와 같다. 즉, 퇴직 이전 30일분 평균임금에 계속근로기간을 곱해 퇴직급여를 산출한다. 따라서 임금피크를 적용받아 평균임금이 줄어들면 퇴직급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퇴직급여를 손해 보고서라도 임금피크제를 수용해야 하는 걸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에서는 DB형과 함께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곳이 많다. 그리고 근로자가 임금피크에 이르렀을 때 근로자로 하여금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도록 하고 있다. 전환 시점에 임금피크 이전까지 발생한 퇴직급여는 고스란히 근로자의 퇴직계좌에 이체된다. 임금피크 이후 퇴직할 때까지 매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이 해당 퇴직계좌에 입금된다. DC형으로 변경한 이후에는 법정 사유에 해당되면 적립금을 중도인출 할 수도 있다.
중간정산이나 중도인출 할 때도 세금을 내나
근로자가 퇴직금을 중간정산 하거나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인출 할 때도 세금을 내야 할까. 그렇다. ‘소득세법’에서는 중간정산 또는 중도인출 사유에 해당해 퇴직급여를 미리 지급받는 경우에는 그 지급 받은 날에 퇴직한 것으로 보고, 퇴직소득세를 부과한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회사가 거부하면?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2012.8.2.부터 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때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과거와 같이 단순히 근로자의 요청과 사용자의 승인에 의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적법한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하지 않으며
1) 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에 해당 되어야 하며,
2) 근로자의 퇴직금 중간정산 요청에 따라, 3) 사용자의 승인을 통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해야 합니다.
또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사유를 충족하여 근로자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청하였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승인을 거부하더라도 법위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